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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리지(連理枝)
- 김 해 자 -
개심사(開心寺) 오르는 길
마음의 허물도 씻지 못한 채 세심동(洗心洞)을 막 지나는데
대낮에 소나무 두 그루가 얽혀 있다
한 놈이 한 놈의 허벅지에 다리를 척 걸친 채
한 몸이 되어 있다
가만히 보니 가부좌를 튼 비구승 같다 육감적인
하체 위에서 가지는 열락의 기지개 맘껏 켜고 있다
오른쪽 놈은 왼쪽으로 왼쪽 놈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전 방향으로 손을 뻗고 있다 허공 가득
푸른 탄성 내지르고 있다
다리가 하나뿐인 나무처럼 모자란 내 몸이
개심(開心)을 하는 길은 먼저 몸을 열어야 한다는 것을,
내 안에 갇혀 어두운 내가 맑아지는 길은 하나인 내가
다른 하나의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둘이면서 하나이고 하나이면서 둘인 목불(木佛)이
앞서 열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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