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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가 아니면 잡초가 된다

글모음(writings)/아름다운 글

by 굴재사람 2011. 12. 16.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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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가 아니면 잡초가 된다


신문에 `토종들풀 종자은행` 이야기가 실렸다.
고려대 강병화 교수가 17년간 혼자 전국을 돌아다니며 채집한 야생들풀 1백과 4439종의 씨앗을 모아 세웠다는 이야기다.

한 사람이 장한 뜻을 세워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잡초들의 씨앗을 받으려 청춘을 다 바쳤다는 것은 그것 만으로도 고맙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기사의 끝에 실린 그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엄밀한 의미에서 잡초는 없습니다. 밀밭에 벼가 나면 잡초고, 보리밭에 밀이 나면 또한 잡초입니다. 상황에 따라 잡초가 되는 것이죠. 산삼도 원래 잡초였을 겁니다."

오호라!
상황에 따라 잡초가 된다. 이 얼마나 의미심장한 말이냐

사람도 한 가지다.
제가 꼭 필요한 곳, 있어야 할 곳에 있으면 산삼보다 귀하고, 뻗어야 할 자리가 아닌데 다리 뻗고 뭉게면 잡초가 된다.

그가 17년간 산하를 누비며 들풀의 씨를 받는 동안, 마음 속에 스쳐간 깨달음이 이것 하나 뿐이었으랴만, 이 하나의 깨달음도 내게는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참으로 달고 고마운 말씀이다.

타고난 아름다운 자질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잡초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보리밭에 난 밀처럼, 자리를 가리지 못해 뽑히어 버려지는 삶이 너무나 많다.

지금 내 자리는 제 자리인가?
잡초는 없다.
자리를 가리지 못해 잡초가 될 뿐이다.


- 정민 교수의 한국한문학 홈페이지에서 -


** 참고: 고려대 강병화 교수에 대해서는 12월 12일자 조선일보 '최보식이 만난 사람' 에 상세히 기술되어 있습니다.




한 농부가 무더운 여름날 땀을 뻘뻘 흘리며 밭에서 잡초를 뽑아내고 있었습니다.
그의 입에서는 저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고 짜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신은 왜 이런 쓸모없는 잡초를 만든 것일까?
이 잡초들만 없으면 오늘 이렇게 더운 날 땀을 흘리지 않아도 되고 밭도 깨끗할 텐데”

때마침 근처를 지나던 동네 노인 한 분이 그 말을 듣고는 농부를 타일렀습니다.
“여보게, 그 잡초도 무언가 책임을 띠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라네.
잡초는 비가 많이 내릴 때는 흙이 내려가지 않도록 막아주고 너무 건조한 날에는 먼지나 바람에 의한 피해를 막아주고 있네. 또한 진흙땅에 튼튼한 뿌리를 뻗어 흙을 갈아주기도 하지.

만일 그 잡초들이 없었다면 자네가 땅을 고르려 해도 흙먼지만 일어나고 비에 흙이 씻겨내려 이 땅은 아무 쓸모가 없이 되었을 거야. 자네가 귀찮게 여긴 그 잡초가 자네의 밭을 지켜준 일등 공신이라네.”

세상에는 아무데도 쓸모없는 것은 없습니다.
모든 것들은 나름대로 의미를 갖고 이 세상에 보내진 것입니다. 비록 그 영혼은 보이지 않지만 꽃은 꽃의 모양과 향기의 옷을 입고, 잡초는 잡초 모양의 옷을 입고 세상에 보내졌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단지 우리들의 좁은 생각이 그렇게 느낄 뿐 이 세상 모든 것들은 각각의 쓰임새와 의미로 세상을 빛내고 있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어떤 모습이건 내면에는 보이지 않는 가치가 있습니다.
그 가치를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보여 주는가 하는 것은 이제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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