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나무처럼 아무 욕심 없이 묵묵히 서서,
새싹을 틔우고 잎을 펼치고 열매를 맺고
그러다가 때가 오면 훨훨 벗어버리고
빈 몸으로 겨울 하늘 아래 당당하게 서 있는 나무.
새들이 날아와 팔이나 품에 안기어도
그저 무심할 수 있고, 폭풍우가 휘몰아쳐
가지 하나쯤 꺽이어도 끄떡없는 요지부동.
곁에서 꽃을 피우는 화목이 있어
나비와 벌들이 찾아가는 것을 볼지라도
시샘할 줄 모르는 의연하고 담담한 나무.
한 여름이면 발치에 서늘한 그늘을 드리워
지나가는 나그네들을 쉬어가게 하면서도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는
음덕을 지닌 나무.....
출처 : 법정 중에서《텅 빈 충만 중》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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