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고목을 보며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10. 11. 9. 20:46

본문

허건 '소나무'(20일까지, 광주광역시 충장갤러리)



그 많던 꿈이 다 상처가 되었을 게다

여름 겨울 없이 가지를 흔들던 세찬 바람도

밤이면 찾아와 온몸을 간질이던 자디잔 별들도

세월이 가면서 다 상처로 남았을 게다

뒤틀린 가지와 갈라진 몸통이

꽃보다도 또 열매보다도 더 향기롭고 아름다운 것은

그래서인데

내 몸의 상처들은

왜 이리도 흉하고 추하기만 할까

잠시도 한곳에 머물지 못하고 떠돌게 하던

감미로운 눈발이며

밤새 함께 새소리에 젖어 강가를 돌던

애달픈 달빛도 있었고

찬란한 꿈 또한 있었건만

내게도

- 신경림 '고목을 보며'전문 -

'글모음(writings) >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마음 언제나  (0) 2010.11.11
미시령 노을  (0) 2010.11.10
가을길  (0) 2010.11.06
낙엽  (0) 2010.11.05
도인의 노래   (0) 2010.11.04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