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 서수찬( 1963 ~ ) -
전에 살던 사람이 버리고 간
헌 장판지를 들추어내자
만 원 한 장이 나왔다
어떤 엉덩이들이 깔고 앉았을 돈인지는 모르지만
아내에겐 잠깐 동안
위안이 되었다
조그만 위안으로 생소한
집 전체가 살 만한 집이 되었다
우리 가족도 웬만큼 살다가
다음 가족을 위해
조그만 위안거리를 남겨 두는 일이
숟가락 하나라도 빠트리는 것 없이
잘 싸는 것보다
중요한 일인 걸 알았다
아내는
목련나무에 긁힌
장롱에서 목련향이 난다고 할 때처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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