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마음의 힘

글모음(writings)/아름다운 글

by 굴재사람 2010. 7. 19. 18:03

본문






마음의 힘
    자본주의의 권력에 대한 부정은 결코 가벼운 주제가 아니다
    하지만 이제 나는 결코 스쳐 넘어갈 수 없는 웰빙, 이라는
    문제에 대하여 말하려 한다.
    웰빙, 좋은 것을 먹고 살자는 말이다.
    그로 인하여 각종 매체에서는 몸에 좋은 음식들이 소개되고
    그 음식들의 기능에 대해서 알려주느라 바쁘다.
    어찌나 몸에 좋은 음식들이 많은지
    그 음식들의 이름을 일일이 기억하기 조차도 힘들다.
    요는 패스트푸드를 제외한 거의 모든 음식들이
    제각각 좋은 기능들이 있다고 말하는데
    그런 좋은 음식들을 먹고 살아가는 우리들은
    왜 항상 아프고 건강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는 것일까,
    텔레비전에서 말하는 것을 보면 이 음식들을 먹으면
    마치 200년은 거뜬히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그것의 해답은 고루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음식은 마음의 힘을 뛰어 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 텔레비전 어느 프로그램에서 아무 병도 없이
    그저 슬픔만으로도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았다.
    총이나, 칼, 암도 아닌 그저 슬픔만으로 사람이 죽는다, 라는
    사실은 나에게 가히 충격적이었고 그로 인하여
    좋은 것을 먹는 것보다는 좋은 생각을 하며
    먹는 것이 가장 좋은 웰빙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예를 들자면 몹쓸 병에 걸린 사람이 있는 집안엔
    다른 식구들도 건강하지 못한 몸을 가지고 있는 걸
    자주 보게 된다
    당연한 이치다. 사랑하는 식구가 몹쓸 병에 걸려
    사경을 헤메고 있는데
    그걸 지켜보는 식구들의 마음이 편안하겠는가
    병은 마음에서부터 온다. 마음이 편치 못하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고 휴식을 취해도
    건강하지 못한 몸을 가지게 되는 것이고
    아픈 사람 곁에 있으면 자신의 몸도 똑같이
    아프게 되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
    이 세상에 몸에 좋은 음식은 없다.
    사람의 몸은 태어나자마자 중고품으로 전락해 버린다.
    그리고 중고품이라는 말은 쓰면 쓸수록 낡고
    녹슬어 간다는 말이다.
    사람의 몸에서 자동차의 휘발유 같은 역활을 하는 음식,
    즉, 좋은 음식은 사람의 수명을 연장시키고
    건강하게 하는 것이 아닌
    덜 나빠지고 덜 손상시키는 일을 할 뿐이다.
    마치 좋은 휘발유를 쓴다고 해서 자동차의 수명이
    연장되는 게 아닌 자동차에 손상이 덜 가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게다가 덜 나빠지고 덜 손상시키는 힘도
    음식 고유의 힘이 아닌 마음의 힘이다.
    내가 좋은 것을 먹고 있다는 생각,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목으로 넘기고 있다는
    즐거운 생각이 음식의 힘을 지배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음식 타령도 이젠 쉽지 않다.
    밥으로 가는 길이 너무나 먼 세상이 왔기 때문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의 고민은 뭘 먹을까,
    오늘은 또 뭘 해먹지, 라는 숙제의 개념인 행복한
    고민을 해왔다. 하지만 이젠 어떻게 먹고 살까, 라는
    위협적이고도 근원적인 고민에 빠졌다.
    배고픈 사람들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지구를 한 바퀴, 혹은 우주를 일주하는 길이 아닌,
    입에서 목구멍으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웰빙은 저리가라. 밥은 두려움이다.
    먹고 살기 위해 부스스한 눈을 억지로 떠 아침밥도
    먹을 시간도 없이 출근하는 삶,
    하여, 먹고 살기 위해 먹는 것을 포기해야만 하는
    이해할 수 없는 삶.
    이런 생활 속에서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멀쩡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갈 수 있는 마음의 힘,
    제 아무리 된장이 건강에 특효라 해도
    더운 김이 폴폴 나는 된장국을 보며 떠오르는
    연기속에 어린 어머님의 따스한 마음보다 좋진 못할 것이요
    제 아무리 칼국수의 국물이 따뜻하다 할지라도
    가벼운 뱃속을 채워준다는 풍만한 마음의 만족을
    이겨내진 못할 것이다.
    나는 지금 어머님이 차려주신 된장국에 보리밥을 먹고 있다
    이 순간 나는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닌
    어머님의 마음을 먹고 있는 것이다
    그 마음을 땀 흘려 한 그릇 먹고 나면
    기쁨인지 감사인지 모를 행복감이 든다
    웰빙은 마음이다. 
    
     - 글/詩人 김종원 -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