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난은
- 천상병(1930~1992) -
오늘 아침은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 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하는 것도
잔돈 몇 푼이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
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내 직업이지만
비쳐오는 이 햇빛에 떳떳할 수 있는 것은
이 햇빛에도 예금통장은 없을 테니까.
나의 과거와 미래
사랑하는 내 아들 딸들아,
내 무덤가 무성한 풀잎으로 때론 와…
괴로웠음 그런대로 산 인생 여기 잠들다라고,
씽씽 바람 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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