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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관한 옛 시조 모음 / 막걸리

라이프(life)/술

by 굴재사람 2010. 3. 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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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관한 옛 시조 모음





술이 몇 가지요 청주와 탁주로다 
다 먹고 취할선정 청탁이 관계하랴 
달 밝고 풍청한 밤이어니 아니 깬들 어떠리 
< 신 흠 > 
자네 집에 술 익거든 부디 날 부르시소 
내 집에 꽃 피거든 나도 자네 청하옴세 
백년 덧시름 잊을 일 의논코자 하노라 
< 김 육 > 
대추볼 붉은 골에 밤은 어이 뜻 들으며 
벼벤 그루에게는 어이 내리는고 
술 익자 체장수 돌아가니 아니 먹고 어이하리 
< 황 희 > 
한잔 먹세그려 또 한잔 먹세그려 
꽃 꺾어 산 놓고 무진무진 먹세그려 
< 정 철 > 
짚방석 내지마라 낙엽엔들 못 앉으랴 
솔불 혀지마라 어제 진 달 돋아온다 
아이야 박주 산챌 망정 없다 말고 내어라 
< 한석봉 > 
꽃피면 달 생각하고 달 밝으면 술 생각하고 
꽃피자 달 밝자 술 얻으면 벗 생각하네 
언제면 꽃 아래 벗 데리고 완월장취 하려뇨 
< 이정보 > 
곡구롱 우는 소리에 낮잠 깨어 일어보니 
작은아들 글 읽고 며늘아기 베 짜는데
어린손자 꽃놀이한다 
마초아 지어미 술 거르며 맛보라고 하더라 
< 오경화 > 
잔들고 혼자 앉아 먼 뫼를 바라보니 
그리운 님이 오다 반가움이 이러하랴 
말씀도 우움도 아녀도 못내 좋아 하노라 
< 윤선도 > 
적설이 다 녹도록 봄 소식을 모르더니 
귀홍은 득의 천공 활이요 와류는 심생 수동요라 
아이야 새술 걸러라 새봄맞이 하리라 
< 김수장 > 
청초 우거진 골에 자는다 누웠는다 
홍안은 어디 두고 백골만 묻혔는다 
잔잡아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슬허 하노라 
< 임 제 > 
재너머 성권농 집에 술 익단 말 어제 듣고 
누운 소 발로 박차 언치 놓아 지즐 타고 
아해야 네 권농 계시냐 정좌수 왔다 하여라 
< 정 철> 
술을 취케 먹고 두렷이 앉았으니 
억만 시름이 가노라 하직한다 
아해야 잔 가득 부어라 시름 전송하리라 
< 정태화 > 
벼슬을 저마다 하면 농부할 이 뉘 있으며 
의원이 병 고치면 북망산이 저러 하랴 
아해야 잔 가득 부어라 내 뜻대로 하리라 
< 김창업 > 
도화는 흩날리고 녹음은 퍼져 온다 
꾀꼬리 새노래는 연우에 구을거다 
맞추어 잔 들어 권하랄 제 담장 가인 오도다 
< 안민영 > 
엊그제 덜 괸 술을 질동이에 가득 붓고 
설 데친 무우 나물 청국장 끼쳐 내니 
세상에 육식자들이 이 맛을 어이 알리요 
< 김천택 > 
주인이 술 부으니 객을랑 노래하소 
한잔 술 한 곡조씩 새도록 즐기다가 
새거든 새 술 새 노래를 이어 놀려 하노라 
< 이상우 > 
오늘이 무슨 날이 노부의 현고신이로다 
술 빚고 벗 있는데 달이 더욱 아름다워 
아희야 거문고 청쳐라 취코 놀려 하노라 
< 정내교 > 
청류벽에 배를 매고 백은탄에 그물 걸어 
자님은 고기를 눈살 같이 회쳐 놓고 
아희야 잔 자로 부어라 무진토록 먹으리라 
< 윤 유 > 
술 깨어 일어 앉아 거문고를 희롱하니 
창 밖에 섰는 학이 즐겨서 넘노는다 
아해야 남은 술 부어라 흥이 다시 오노매라 
< 김성최 > 
거문고 술 꽂아 놓고 호젓이 낮잠든 제 
시문 견폐성에 반가운 벗 오도괴야 
아해야 점심도 하려니와 외자 탁주 내어라 
< 김창업 > 
공명이 그 무엇인가 욕된일 많으니라 
三盃酒(삼배주)一曲琴(일곡금)으로 사업을 삼아두고 
이 좋은 태평연월에 이리저리 늙어리라 
< 김천택 > 
태백이 술 실러 가더니 달 지도록 아니 온다 
오는 배 귄가 보니 거물 실은 어선이로다 
아희야 잔 씻어 놓아라 하마 올 까 하노라 
< 작자 미상 > 
앞 내에 고기 낚고 뒷 매에 산채 캐어 
아침밥 좋이 먹고 초당에 누웠으니 
지어미 잠깨워 이르되 술맛 보라 하더라 
< 작자 미상 >





          막걸리 / 詩 천상병


          나는 술을 좋아하되
          막걸리와 맥주밖에 못 마신다.

          막걸리는 아침에 한 병 사면
          한 홉짜리 적은 잔으로
          생각날 때만 마시니
          거의 하루 종일이 간다.

          맥주는 어쩌다 원고료를 받으면
          오백 원짜리 한 잔만 하는데
          마누라는 몇달에 한번 마시는
          이것도 마다한다.

          세상은 그런 것이 아니다.
          음식으로 내가 즐거움을 느끼는 때는
          다만 이것뿐인데
          어찌 내 한가지 뿐인 이 즐거움을
          마다하려고 하는가 말이다.

          우주도 그런 것이 아니고
          세계도 그런 것이 아니고
          인생도 그런 것이 아니다.

          목적은 다만 즐거움인 것이다.
          즐거움은 인생의 최대 목표이다.

          막걸리는 술이 아니고
          밥이나 마찬가지다.

          밥일 뿐 아니라
          즐거움을 더해주는
          하느님의 은총인 것이다.




Mozart / 풀류트 4중주 제3번 C 장조 작품 285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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