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 오늘따라 유난히 매번 지나던 길이 새삼 낯설게 느껴집니다 새끼손가락만큼 열린 차창 사이로 밀려 들어오는 바깥 세상, 하나 둘 가게의 불빛은 점점 희미해지고 달님조차 구름 뒤에 숨어 순식간에 사람들의 가슴 속에 어둠이 드리웁니다
어둡다는 것, 그건 쓸쓸함의 시작인가요 낮 동안에 함께 웃음을 주고 받던 수많은 거리의 사람들, 일회용 커피를 마시며 삶의 무게를 내려놓았던 동료들, 출근길에 어깨를 부딪히며 아직도 졸린 나의 하루를 서둘러 깨웠던 익명의 사람들, 그 많던 사람들은 지금 어디로 다들 사라졌는지, 어느 곳으로 숨고 말았는지, 가을 거리에는 쓸쓸한 발자국 몇 개만 비뚤비뚤 남아 있습니다
나는 지금 집으로 가고 있습니다 아니, 잠시 자그만한 섬에 홀로 여행을 떠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소금 냄새에 이끌려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아무도 없는 섬, 그 불 꺼진 섬에 가는 중입니다 갈매기의 발목에는 꽃편지가 묶여 있고 물 위에는 누군가가 던져 놓은 그리움의 파문이 아직도 흔들거리는...
하지만 쓸쓸합니다 이 계절에는 혼자라는 사실이 참 불편합니다 울고 싶을 때 기댈 가슴 하나 없고 기쁠 때 서로 미소를 건넬 얼굴 하나가 없는 까닭입니다 이게 바로 쓸쓸하다는 것이구나, 새삼 입가에 쓴웃음이 머뭅니다 한때는 사람이 싫어서, 사람이 지겨워서 그 둘레를 벗어나고자 몸부림을 친 적이 있었지만 막상 그 틀을 벗어나면 다시 사람이 그리워지는 건 왜 그런지, 천상 나도 사람인가 봅니다
그렇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해야 정말 사람인 것이지요 그러기에 나만의 섬, 나만의 바다, 나만의 갈매기는 더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사람들 안에 내가 있고 그대가 없으면 나도 없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