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지을 때 사람들은
높거나 낮거나 담을 쌓지만
더러는 담이 없는 집이 있다
시골 산기슭 마을이나 달동네 같은 곳
울타리도 담장도 없이 밤이면 불빛과 함께
방안의 말소리가 오순도순 새어나오는 집이
더욱 행복해 보이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까마득히 높은 담장에 가시철망을 쳐놓고도
그것도 못 미더워 이중 삼중의 장치까지 하고
사는 사람들은 담장을 높이 쌓는다는 것이
나를 가두는 일임을 알지 못하는 것일까?
사람과 사람사이에도 담장이 있다
내 마음의 빗장을 열고 불빛과 말소리를
이웃에 들리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마음을 깊이 감추고 빗장을
열지 않는 사람도 있다
나의 담장을 먼저 허무는 일이
이웃의 담장을 허무는 일인 것을
왜 모르고 사는 것일까
담장이 없는 집이 되자
누구든 내 집에 들어서게 하고
나도 밖으로 쉽게 나갈 수 있는
마음의 담장을 허물고 살자
마음의 빗장을 풀어 활짝 열어 제치자.
- 김영진의 사랑과 희망의 노래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