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禪師)는 내게 말한다.
한 젊은 스님이 선방에서 오랜 세월 화두를 붙잡고 수행에
정진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젊은 스님이 조주 스님을 찾아와 말했다.
"스님, 이젠 제 마음속에 욕심의 번뇌 따위는 깡그리 없앴습니다.
제 마음엔 실오라기 하나 걸친 게 없습니다."
"뭐가 없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다고요"
젊은 스님은 조주 스님으로부터 칭찬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젊은 스님의 대답에 이어지는 조주 스님의 딱 한 말씀.
"그래? 넌 굉장한 걸 걸치고 있구나."
- 장석주의《세상은 우리가 사랑한 만큼 아름답다;
느린 삶의 평화》 중에서 -
* 진실로 마음을 비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삽화입니다. "마음을 비웠다"는 말조차도 굉장한 걸 걸친 결과이기
쉽습니다. 겸손이나 자기 낮춤의 표현도 자칫 엄청난 허위 의식과
자기과시의 다른 얼굴일 수 있다는 자각(自覺)을 안겨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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