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은 60년을 한 주기(週期)로 해서 변화해간다. 그 속에는 필연적으로 생겨나고 자라나며 시들고 사라지는 과정이 있을 것이니 일러서 생성(生成)과 소멸(消滅)이다.
그런 까닭으로 생성이 30년일 것이고 소멸의 과정 또한 30년이 되는 것이다. 즉 30년이 지나면 흐름의 방향이 바뀌는 것이다. 봄과 여름이 지나면 가을, 겨울이 오는 것은 자연의 당연한 이치인 것이다.
이런 말에 대해 이 세상이 그토록 정확하고도 엄밀한 규칙성을 보일 수 있느냐 하는 의문이 당연히 생길 것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답은 놀랍게도 정말 그렇다는 것이다.
그리고 분명히 얘기해 둘 것은 60년을 한 주기로 '변화'해가기에 60년이 지나서 같은 상황과 조건으로 회귀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한 번 떠난 자리는 영원히 돌아올 수 없다. 20세의 젊은이가 60년이 지나 80이 되었다면 어찌 그것이 같을 수 있겠는가? 과거에는 젊음이었고 지금은 노년인데.
세상에 이런 규칙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나면, 앞으로 일어나게 될 세상사를 참 신통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된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 나라의 일이나 세계의 일이든 그리고 내 삶의 일이든 관계없이 두루 적용할 수 있고 써먹을 수 있다. 팔자나 운명을 본다는 것도 결국 동일한 이치이다.
그러면 어떻게 써먹을 수 있는지 예를 들어본다.
'한반도'라는 영화가 있었다. 작년 2006년 여름에 개봉될 무렵 필자는 단순하게 몇 가지 사항을 계산해 본 후에 흥행 실패라는 결론을 얻었다. 시류를 타고 나온 영화였지만, 계산상으로 이미 때가 지나있었다. 어째서 그런 결론을 얻을 수 있는 것일까?
이는 남북관계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대중적 정서와 맞물려 있다.
북한은 지난 1968년에 박정희 대통령을 살해한다는 목적의 특수부대를 침투시켰고 또 울진ㆍ삼척에 중대 단위의 무장집단을 침투시키는 도발을 감행함으로써 남북 관계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갔다.
이를 계기로 우리는 향토예비군을 만들고 방위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했으며,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강화하게 되었으니 이로부터 남북한 관계는 한국전쟁 이후 급박한 긴장 국면이 생겨났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나서 1998년이 되자 남북한 관계는 평화 무드가 급진전되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주도로 햇볕 정책이 시작된 것이었다.
어떻게 해서 평화 무드가 조성되었는지에 대한 경과는 방면의 전문가들이 살필 일이고 필자에게는 '30년이 지났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다. 사랑이 왜 식지? 하는 질문에 대해 '시간이 지났으니 그렇지'가 가장 정확한 해답이 된다는 것이 필자의 사고방식이고 그것이 바로 음양오행 식의 관점이다.
1998년부터 남북한에는 해빙기가 찾아온 것이다. 바로 그 무렵 언저리인 1999년 2월에 그런 정서에 부합하는 '쉬리'라는 영화가 개봉되었고 대박을 냈다.
남북한 관계가 호전되면서 '남북이 하나'라는 민족정서가 한껏 고취되었던 바, 2003년에 개봉된 '황산벌'이란 영화까지가 시류에 딱 맞는 영화였다. 물론 대성공.
그러나 모든 것은 일직선으로 전개되지 않는다. 오름에도 그 중간에는 쉬어가는 조정이 있고, 내림에도 잠시 역행하는 오름이 있기 마련이다. 흔히들 말하는 '태클'이 들어오기 마련인 것이다.
태클은 언제나 6년이 지나면 들어오게 되어있으니 이 또한 법칙이다. 1998년부터 민족 정서가 높아졌으니 2004년부터는 조정기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웰컴 투 동막골' 역시 그런 정서에 바탕을 두고 있으나 등장인물들의 이미지, 특히 귀엽고 깜찍한 소녀가 등장한 것이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런 개념은 작년에 크게 흥행한 '괴물' 역시 귀여운 여중생과 괴물이라는 선명한 대조를 통해 그대로 먹혀들었다.
하지만 '한반도'나 '천군'과 같은 직설적인 영화는 한결같이 흥행에서 참패를 보고 말았다. 너무 강렬한 민족정서를 담은 영화는 당분간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또 '청연'이란 영화도 그렇다.
필자는 이 영화가 개봉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지지리도 운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이 배경으로 들어가는 영화인데, 개봉이 2005년 12월이었다.
최악의 타이밍인 까닭은 그 해가 바로 을유(乙酉)년이었기에 그렇다.
갑신정변이라고 들어봤을 것이다. 구한말 1884 갑신(甲申)년에 일본의 힘을 빌려 근대화를 도모했다가 실패한 개혁이 갑신정변이다. 갑신년 다음에는 을유(乙酉)년이 온다. 일본은 그 무렵에 한반도에서 힘을 잃고 청나라가 다시 주도권을 찾게 되었다. 일본의 입장에서 보면 한반도에서 힘을 잃게 된 사건이다.
다시 60년이 지나 1944년 갑신년에는 일본제국의 종말이 가까워졌고 급기야 다음 해 을유(乙酉)년에는 무조건 항복으로 끝이 났다. 그래서 일본은 한반도에서 물러갔다.
이처럼 을유(乙酉)의 해는 우리로부터 일본이 물러가는 해가 된다.
그런데 2005년은 을유년이고 또 다시 한일관계가 한창 악화되기 시작한 시점에서 그런 영화를 개봉하니 운이 나빠도 그렇게 나쁠 수가.
관련해서 영화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분들에게 간단한 힌트 하나 드리고자 한다. 영화 '쉬리'는 우리 영화 풍토에서도 헐리우드의 '블럭버스터' 개념이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다. 그 바람에 그 이후 한국영화는 너나 할 것 없이 제작비가 수십억원 대로 올라서 버렸다.
1998년으로서 블록버스터가 시작되었다면 그에 대한 조정이 이미 2004년부터 시작된 것이다.
다시 말해 이제는 그런 수십억원의 제작과 마케팅 비용을 들인 영화는 내용을 떠나 성공을 거두기가 어렵다. 당분간 높은 제작비의 영화는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영화계에서 밥 먹고 살고 싶다면 말이다.
30년이 지나면 반대 흐름을 만난다는 것, 그리고 6년이 지나면 조정의 흐름이 생긴다는 것을 이용해 세상을 예측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따라서 올해가 어떤 해가 될 것인지를 알고 싶다면 30년 전을 살펴 그 반대의 흐름이 생긴다고 이해하면 된다.
1961년에 군부 쿠데타가 있었으니 30년이 지나 1991년에는 문민화로 가는 흐름이 있었다.
1972년에는 유신 독재 헌법 통과로 독재의 절정을 이루었다면 30년 뒤인 2002년에는 참여정부가 등장하여 민주화의 절정에 이르렀다. 우리는 1972년부터 30년간 민주화의 길을 걸어왔고 1972년으로부터 15년이 되는 중간지점인 1987년에는 기억도 생생한 노태우 대통령의 민주화 선언이 있었다.
30년의 오름과 내림 속에서 그 중간경과를 보다 상세하게 살필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 실은 해마다 어떠한 흐름들이 뒤섞여 그 해의 일을 빚어내는지를 살피려면 대단히 정교한 기법들을 동원해야 한다.
다만 요즘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인 주택 문제에 대해 예측을 얘기하는 것이 도움이 될 듯하다. 이는 주택은행의 역사를 보면 간단히 답을 찾을 수 있다.
주택은행은 1969년에 생겼다. 그리고 30년이 지나자 그 사명을 사실상 다했고 그 바람에 2000년에는 국민은행과 합병이 되었다. 주택은행이란 국민들의 내집 마련을 위한 청약저축 제도를 시행하는 기관이었다.
그러니 주택 문제의 심각성은 이미 정점을 지났고 지금은 내리막인데, 다만 사람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을 뿐이다, 큰 강의 물굽이가 물 근처에서는 느껴지지 않듯이.
하지만 내리막 30년 중에서 10년이 지나면 주택이 더 이상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두가 느끼게 되는 계기가 생겨나도록 사물의 이치는 짜여져 있다.
그러니 그 계기는 1999년에서 10년이 지난 2009년에 있을 것이다. 필자는 그 시점이 주택가격의 본격 하락 또는 버블의 붕괴가 있는 시점이라고 보는 것이다. 정확한 시기는 2009년 11월이고. 양도세 내기 억울해서 집을 팔지 않다가 나중에 양도 이익 자체가 사라져 세금 낼 일마저 없어지면 그 또한 역설적이지 않은가.
/김태규 명리학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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