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진정 나를 사랑했었거든
사랑했다 말하지 말고 떠날 일입니다.
떠난 다음에는 고개를 돌리지 말고,
쓸쓸히 걷는 모습 또한 보여주지도 말 일입니다.
서로 가는 길이 틀릴지라도
이 땅 위에 함께 숨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나는 그대에게 상처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그대의 삶에 힘겨운 짐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그대 진정 나를 떠났거든
내가 있었다는 기억마저 잊어버릴 일입니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들이 더 많은 우리,
인연이 끊기지 않아 어쩌다 길 모퉁이에서 마주친다면
세상의 수많은 사람 중의 한 사람이거니 가볍게 생각 할 일입니다.
사랑했기 때문에 서로의 앞날을 기꺼이 축복할 수 있는
우리 두 사람이 될 일입니다.
이별했다고 해서 서로의 가슴에 아픈 상처로
남아 있지 말 일입니다.
[이정하] 세상의 수많은 사람 중의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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