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과도 같은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사람때로 막연한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사람을 본다.
이것이다라고 꼬집어 내어 얘기할 만한 특징이나 매력은
없는 것 같은데도, 만나면 기분 좋고,
돌아서서도 그 여운이 감도는 듯한 사람.
여럿이 모여 웃고 떠들 때,
그저 조용히 앉아서 웃으며 듣기만 하는 사람.
비웃는다는 기색이 전혀 없이 귀 기울여 들으면서
잔잔하고 평화롭게 웃기만 하는 사람.
그 사람의 그 무엇이 나를 기분좋게 하고
감동시켜 주는지는 알 수 없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마치 화려한 장미꽃 넝쿨 아래
호젓이 피어나는 담백한 풀꽃과도 같다고나 할까.
만나는 이들에게 그런 막연한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사람이 소중한 이들인 것 같다.
- 유안진 <꽃잎 뜨는 강가에서>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