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 인생 - 윤재근의 <빛나되 눈부시지 않기를> 중에서
우물 안 개구리는 바다를 모르고 땅속 굼벵이는 밝은 햇빛을 모른다.
의사는 병만 알고 검사는 죄만 안다. 이렇게 되면 무상한 삶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다.
다 안다고 말하는 것은 모른다는 말과 같다. 인간은 변죽만 알뿐
그 무엇 하나 완전히는 모른다. 사람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단 한마디로 대답할 수 있는가?
없다.
나는 나 자신의 근원을 모른다. 그러므로 무엇은 무엇이다라고
단정하지 마라.
하루살이는 아침과 저녁 사이를 살다 죽는다. 그 하루살이가
밤중이 있음을 모른다. 아침에 태어난 까닭이다. 그 하루살이가
밤중이 있는 줄 모른다. 저녁에 죽는 까닭이다. 역사를 배웠다고
과거를 다 아는 것도 아니요, 점을 친다고 다가올 미래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이 내 인생이다. 어제는 내가 살았고 오늘은
내가 살고 있는 중이며 내일은 내가 살아갈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내일들이 나에게 얼마나 되는지 나는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