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오월/ 詩 - 피천득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여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풀향기 피어나는 언덕을 넘어 초록빛 믈결 이는 산을 오르자 푸른 오월 푸른 바람 활기찬 오월 두 날개 활짝 펴 훨훨 날아서 우리들이 가꾸어 온 푸르른 꿈을 일차게 펼쳐보자 오월 하늘에
뭉게구름 피어나는 하늘을 보라 꽃향기 무르익는 동네 한 바퀴 푸른 오월 꽃 바람속 정드는 마을 보듬고 다듬어서 가꿔가는 우리 가슴 깊이 간직한 우리들의 사랑 천년을 약속하며 힘껏 달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