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酒 幕

글모음(writings)/아름다운 글

by 굴재사람 2008. 2. 27.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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酒 幕





친구여!
세상은 주막(酒幕)인거여.
세상은 주막인거여.

구천(九泉)을 돌던 영혼, 사람의 모습으로
세상에 오는 것은 주막에 온 거여.
단술, 쓴술로 취 하러 온 거여.

주막 올 때,
저 마실 잔, 들고 오는 사람 없고
갈 때도
저 마신 잔, 들고 가는 사람 없어!

그와 같이 너 또한,
빈손 쥐고 주막으로, 취하러 온 거여.

잔 안 들고 왔다고 술 안 파는 주막 없고,
잔 없어서 술 못 마실 주막도 없지만,
네가 쓰는 그 잔은 네 것이 아닌 거여
갈 때는 주막에 놓고 가야 되는거여.

단술 먹고 웃는 소리
쓴술 먹다 우는 소리.
시끌벅적 했던 세상, 그곳은 주막이고
술 깨이면 떠나가는, 너는 나그네인 거여.

훗날 오는 손님에게 네 잔을 내어주고
때가 되면 홀연히,
빈 손으로 가야하는
너는 주객(酒客)인거여.




해금(강은일), 첼로(볼프강 쉰들러), 하프(페터 쉰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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