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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한테는 안 되는 걸 어떻게 합니까..."

라이프(life)/섹스

by 굴재사람 2007. 9. 8.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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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존재를 찾고 싶었지요.”

멋진 은발이 잘 어울리는 50대 신사 B씨는 차분한 어조로 자신의 외도 이유를 설명했다. 함께 온 그의 아내는 눈물을 흘리며 분노했다.

“한 번도 속 썩인 적 없고 성실했던 남편인데 나이 들어서 이게 웬일이랍니까? 애들 다 키우고 이제 좀 편하게 지내나 했는데…. 제발 정신 좀 차리게 해주세요.”
B씨도 하소연했다.

“외도는 물론 제 잘못이고, 아내에겐 정말 미안합니다. 하지만 아내한테는 안 되는 걸 어떡합니까? 내가 점점 시들어 간다 싶으니까 밖에서라도 내 존재를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B씨 부부의 문제는 갱년기 장애가 큰 원인이었다. 갱년기에 따른 남성호르몬 저하로 성기능이 극도로 위축돼 평범한 부부생활에서는 반응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갱년기에 접어들면 성욕이 확 줄고, 가벼운 자극에는 발기도 안 된다. 겨우 발기가 됐다 하더라도 예전처럼 사정할 때 폭발적인 쾌감도 없고, 정액량도 극도로 감소한다. 그런데 갱년기가 왔을 때 일부 남성들은 자신의 성기능이 감퇴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배우자가 성적 매력이 없어서 그렇다면서 엉뚱한 곳으로 화살을 돌리기도 한다. 그 때문에 평소와 다른 성행위에 몰두하거나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여성을 원하는 경우가 있다. 평소와 다른 상대는 심리적 흥분이나 자극이 강하기 때문에 성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이러다가 외도나 성매매에 빠지는 갱년기 남성이 꽤 있다. 문제가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돌아와도 이미 그의 가정은 허리케인이 휩쓸고 지나가버렸고, 치료시기는 놓친 뒤다.

갱년기엔 에너지가 감퇴하고 저녁 식사 뒤에 심하게 졸린다. 남성호르몬이 부족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우울증도 생긴다. 공허하고 자신의 존재가치를 자꾸 찾으려는 경향이 생겨서 아내와의 성생활이 힘들면 외부에서라도 이를 충족하려 든다.

이런 갱년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배우자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대처다. 부부간에 나이 차가 그리 심하지 않다면 배우자도 나와 마찬가지로 갱년기일 것이다.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부부’가 함께 겪는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함께 겪는 동료가 있으니 외롭지도 않고 서로의 아픔과 공허감을 잘 이해해줄 수 있다. 갱년기 전까지 부부 사이에 친밀감을 쌓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갱년기의 주원인은 호르몬 감퇴와 심리적 위축이므로 호르몬·심리·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호르몬을 만병통치약처럼 여기는 경우가 있는데 부작용의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호르몬 농도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치료해야 한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면 계절성 우울증도 겹쳐서 갱년기 증상이 더 악화되기도 한다. 갱년기라는 쌀쌀한 바람을 무시하다가는 부부관계와 인생 전반을 위협하는 허리케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강동우·백혜경 성의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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