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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과 독

글모음(writings)/아름다운 글

by 굴재사람 2022. 6. 15.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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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과 독



그날은 길이 막혀 모두 버스 안에서 잡담을 나눌 수밖에 없었다. 우연히 내 손이
눈에 띄어 화제가 되었다. 모두 이구동성으로 참 작고 고운 손이라는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젊었을 땐 참 예쁜 손이었을 것이라는. 나는 긴 악몽에서 깬 듯
기쁘고 신기했다. 그동안 나는 손이 밉다고만 여기고 살았다. 나의 ‘손’에 대한
남편의 지난 찬사도 그저 격려사로 들었을 뿐이었다.
지금 내 손이 예쁘든가 말든가 그것은 정말 중요하지 않다. 같은 햇빛에
독수리의 눈은 뜨이고 부엉이의 눈은 먼다. 똑같은 손도 보는 사람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약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독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 박경주, 수필 ‘약과 독’ 중에서


보는 눈이 달라서 누군가는 칭찬을, 누군가는 마음 상하는 말을 건네기도 합니다.
지나가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지울 수 없는 아픔으로 남습니다.
약과 독의 차이, 참 단순하고 사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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