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은 점심시간에 잠깐 산책하거나 아이들과 함께 다녀오기 좋은 곳입니다. 마침 요즘 경복궁엔 많은 꽃들이 피어 있었습니다. 가장 볼만한 꽃은 해당화, 때죽나무, 작약입니다.
해당화는 원래 바닷가 모래땅이나 산기슭을 좋아하지만 꽃이 예뻐서 도심 화단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경복궁 곳곳에 피어 있는 해당화 곁에 갈 때마다 고급스런 향기가 납니다. 찔레꽃과 함께 대표적인 장미과 식물로, 진한 분홍색 꽃잎에 노란 꽃술이 대조를 이룬 모습이 참 예쁩니다.
경복궁 해당화.
때죽나무 꽃도 한창입니다. 때죽나무 꽃은 일제히 아래를 향해 피어 있습니다. 때죽나무는 산에서는 물론 공원에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때죽나무 잎이나 열매를 찧어서 물에 풀면 물고기들이 기절해 떠오릅니다. 그래서 물고기가 떼로 죽는다고 때죽나무라 불렀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또 가을에 주렁주렁 달린 때죽나무 열매를 보면 꼭 머리를 깍은 스님들이 모여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떼중’이 변해 때죽나무라고 불렀다는 얘기, 검은 수피 때문에 ‘때가 많은 껍질의 나무’라서 이같은 이름을 가졌다는 설까지 있습니다. 영어로는 ‘Snowbell’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졌습니다.
경복궁 때죽나무.
때죽나무와 꽃모양이 비슷한 쪽동백나무 꽃도 피어 있지만 이제 지고 있습니다. 쪽동백나무 꽃은 포도송이 모양으로 피고 잎은 손바닥만큼 크고 원형에 가까워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때죽나무는 꽃이 잎겨드랑이에서 2~5개씩 꽃줄기가 나와 피고, 잎은 작고 긴 타원형이며 끝이 뾰족한 것이 쪽동백나무와 다릅니다.
경복궁 쪽동백나무.
작약은 이제 한창이고 모란은 막 지고 있습니다. 작약과 모란은 꽃만 보고는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구분하는 방법은 작약은 풀이고 모란은 나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아래 두번째 사진처럼 나무 부분이 있으면 모란, 없으면 작약입니다.
경복궁 작약. 작약은 풀이다.
경복궁 모란. 사진처럼 나무 부분이 보이면 모란이다.
산딸나무 꽃도 피었습니다. 산딸나무 꽃은 꽃잎이 4장으로 십자가 모양입니다. 산딸나무라는 이름은 산에 나는 딸기 나무란 뜻입니다. 가을에 딸기 같이 생긴 빨간 열매가 맺히는데 달콤한 것이 먹을만합니다.
경복궁 산딸나무.
산사나무도 하얀 작은 꽃망울들을 터트렸습니다. 잎은 국화 잎처럼 깊게 결각이 있는 것이 개성 있고 줄기에 가시가 달려 있습니다. 가을엔 붉은 열매가 달리는데, 수년전 이효리가 선전한 술 산사춘이 이 나무 열매로 만든 것입니다.
경복궁 산사나무.
국수나무는 산 등산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인데 경복궁 곳곳에 심어 놓았습니다. 꽃은 약간 노란빛이 도는 흰색인데, 아주 작지만 장미과 식물답게 다섯 장의 꽃잎을 제대로 갖추고 있습니다. 국수나무라는 이름은 가지 껍질을 벗기면 길게 뽑아져 나오는 속살이 마치 국수가락 같다고 붙은 것입니다.
경복궁 국수나무.
지난번 소개한 불두화·백당나무 꽃도 아직 볼만합니다. 경복궁 자경전 뒤쪽 정원에 가면 불두화와 백당나무를 나란히 심어 놓았습니다. 백당나무 꽃은 바깥쪽을 빙 둘러 화려한 꽃이 피고 안쪽에 자잘한 꽃이 피어 있습니다. 바깥쪽 화려한 꽃은 곤충을 부르는 무성화, 안쪽 자잘한 꽃이 실제 꽃가루받이를 해서 열매를 맺는 유성화입니다. 백당나무는 산에서 자생하는 나무인데 이 나무를 개량해 유성화를 제거하고 무성화만 풍성하게 피게 만든 것이 불두화입니다.
경복궁 불두화(위)와 백당나무(아래).
붓꽃도 많이 피어 있습니다. 꽃색깔이 보라색인데, 꽃잎 안쪽에 붓으로 그린 듯한 줄무늬가 있으면 붓꽃입니다. 경복궁 곳곳에 요즘 만개해 있습니다.
경복궁 붓꽃.
요즘 경복궁 공터나 화단 틈새 등은 씀바귀 세상입니다. 가끔 고들빼기도 있는데 고들빼기 꽃은 꽃술과 꽃잎 모두 노란색이지만 씀바귀는 꽃잎은 노란색, 꽃술은 검은색인 점이 달라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경복궁 (노랑선)씀바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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