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버스 정류장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20. 10. 28. 10:09

본문

버스 정류장




삶이란 버스 정류장 하나
마음에 두는 일이다

풍경이 한적한 시골길 어디쯤에선가
보퉁이를 끌어안듯 제각각의 사연을 안고
하나, 둘 모여들어
그 자릴 함께 서성이는 것

언제 올지, 혹은
오지 않을지도 모를 버스를 기다리며
차마 자리를 뜨지 못하는 사람들

기다리는 것들은 언제나 오지 않거나
더디 오리란 것을 알지만,
표지판처럼 서서 그 외로움을 견뎌야 한다

기다리다 놓쳐버린 버스의 번호판을
발 구르며 시선으로 쫓듯이
이 하루를 살아내고, 그 마음 거두어

다시 또 보내야 하는 일이다


- 한영미, 시 '버스 정류장'


언젠가는 오겠지요, 기회는. 버스 정류장에 닿는 버스처럼.
조급해도 정해진 때가 있어서 기다려야만 하는 것.
그렇게 다가오면 그저 고맙다고 잡아타는 곳.
늦어도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는 인생의 정류장입니다.

'글모음(writings) >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간  (0) 2021.05.12
길을 잃으면 길이 찾아온다  (0) 2020.11.29
기호식품  (0) 2020.10.20
묶인 배  (0) 2020.10.14
모과에 대한 단상  (0) 2020.10.12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