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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야산 내려가며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13. 10. 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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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야산 내려가며

내가 걷는 백두대간 128

 

이성부

 

나이 들어갈수록 대소사 많아지는 것이

자질구레한 쓰던 것들 버리지 못하는 것이

아무래도 이름없는 고만고만한 산봉우리들

모두 넘어가야 하는 내 팔자 같아 혼자 버겁다

문병하고 문상하고 넥타이를 고쳐 메고

돌잔치 친목계 동창회 어쩌다가 수상식 출판기념회

이런 데 가는 것이 왜 갈수록 고달파지는지

나도 나를 잘 몰라 몸 휘청거린다

예전에는 산도 나와 한몸임을 알았는데

요즘은 이빨처럼 생겨 덤벼드는 산들 무서워라

하얀 이빨 아니라 검게 솟은 침묵의 아가리

내 가슴은 어느덧 공동(空洞)이 되어

사랑을 삼키고도 덤덤하구나

 

- 이성부 시집"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린다"[창비]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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