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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한 자락 비워두겠습니다

글모음(writings)/아름다운 글

by 굴재사람 2013. 8. 1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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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 한 자락 비워두겠습니다


      어느 날 살며시 한곁에 허허로운 바람
      심연에 피어올라 재울 수 없어

      분위기 있는 아늑한 창가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 나누며

      마음 속에 거미줄로 얽어놓은
      풀리지 않는 엉킴도 마주보고 토해내며

      한 잔 술에 한 겹을 또 한 잔술에 한 겹씩 풀어
      마음을 비우며 얘기꽃 피울 수 있는 친구가 있는지

      잠시 마음을 모아 떠올려 보며
      상념 속에 잠기 웁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에도
      마주 앉아 술 한잔 나눌 수 있는 친구를 그려봅니다.

      그리고 어느 날 누군가 전화해서 마주하고
      "술 한잔 할 수 있니?" 하는
      친구도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내가 힘겨울 때 마주보며 술 한잔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음도 행복이지만

      내게 힘겨움 털어놓고 나눌 수 있는 친구 있음
      더욱 더 큰 행복이라 생각되기에
      이제는 마음의 그릇 한 자락을 비워놓아야겠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마주보며 술 한잔 할 수 있니? 하며
      전화 할 때 "그래" 하며 반갑게 맞기 위해서
      마음 한 자락은 비워놓으렵니다.


      출처 : 정채봉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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