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방에는 크고 작은 수많은 그릇이 있습니다
나쁜 그릇만 먼저 골라 쓰다 손에 익어 더 쉽게 쓰이고
가까운 사람 만나면 귀가 떨어져 나간 그릇도 그냥 쓰고
좋은 그릇은 거의 꺼내지 않으니 쓰려면 망설여지고
손님 올 때만 살짝 꺼내 쓰니 평소에는 있는 것도 모르고
그러다보면 쓰던 그릇만 버릇처럼 자주 쓰게 됩니다.
내 안에는 여러 가지 이름의 마음그릇이 있습니다
안 좋은 마음그릇은 쉽게 튀어나와 그게 만성이 되어버리고
좋은 마음그릇은 쓸 생각도 안하니 쓸 기회도 없고
모르는 사람 앞에서는 꺼내 쓰기도 어색하고
그러다보니 쓰던 마음그릇이 내 성격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내가 좋아하는 스님을 뵈었습니다
내가 가진 가장 좋은 마음그릇들을 꺼내 보여드렸습니다.
그러나
그 스님께서 가지고 계신 마음그릇은 엿볼 수 없었습니다
허공을 대한 듯, 공기를 대한 듯, 투명할 뿐입니다.
좋고 나쁨의 분별이 끊어진 스님은 고요한 미소만 보이십니다
깊은 바다가, 부동不動의 대지가, 드넓은 우주가 느껴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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