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의 숲
-폴 발레리(1871~1945)
우린 순수를 생각했었다
나란히 길을 걸으며
우린 서로 손을 잡았다
말없이…… 이름 모를 꽃들 사이에서
우린 약혼자처럼 걸었다
둘이서, 목장의 푸른 밤 속을
그리고 나눠 먹었다. 저 꿈나라 열매
취한 이들이 좋아하는 달을
그리고 우린 이끼 위에 쓰러졌다
둘이서 아주 머얼리, 소곤거리는 친밀한
저 숲의 부드러운 그늘 사이에서
그리고 저 하늘 높이, 무한한 빛 속에서
우린 울고 있었다
오 사랑스러운, 말없는 나의 반려여!
나와 네 외로운 마음이 만나는 순간. 그 만물조응의 순수 향연을 오감으로 전하려 했던 프랑스 순수시 최고 시인도 이런 여린 마음으로 애인과 만물과 독자와 소통하려 했거늘. 모든 책, 지식 다 덮고 너와 나, 시인과 대상이 진실로 살갑게 만날 때 말 없어도 우주와 소통할 수 있거늘. 어려워라, 감동 없는 머리로 쓰이는 요즘 많은 시들.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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