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부부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08. 9. 3. 08:03

본문


부부란

무더운 여름밤 멀찍이 잠을 청하다가

어둠 속에서 앵하고 모기 소리가 들리면

순식간에 둘이 합세하여 모기를 잡는 사이이다

너무 많이 짜진 연고를 나누어 바르는 사이이다

남편이 턱에 바르고 남은 밥풀꽃만 한 연고를

손끝에 들고

어디 나머지를 바를 만한 곳이 없나 찾고 있을 때

아내가 주저없이 치마를 걷고

배꼽 부근을 내어 미는 사이이다

그 자리를 문지르며 이달에 너무 많이 사용한

신용카드와 전기세를 문득 떠올리는 사이이다(…)

 



-문정희 '부부'중에서-

 

'글모음(writings) >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때로는 우리가...  (0) 2008.09.11
사랑의 기억이 흐려져간다  (0) 2008.09.10
모퉁이  (0) 2008.08.29
사랑이 나가다  (0) 2008.08.28
모항으로 가는 길  (0) 2008.08.20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