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음이란 - 이문열의 <삼국지> 중에서
사람은 같은 냇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고 때의 흐름은 다만
나아갈 뿐 되돌아오지 않는 것을. 그러하되 꿈속에 있으면서
그게 꿈인 줄 어떻게 알며 흐름 속에 함께 흐르며 어떻게 그 흐름을
느끼겠는가. 꿈이 꿈인 줄 알려면 그 꿈에서 깨어나야 하고 흐름이
흐름인 줄 알려면 그 흐름에서 벗어나야 한다.
때로 땅 끝에 미치는 큰 앎과 하늘에 이르는 높은 깨달음이 있어
더러 깨어나고 또 벗어나도 그 같은 일이 어찌 여느 우리에게까지도
한결같을 수가 있으랴. 놀이에 빠져 해가 져야 돌아갈 집을 생각하는
어린아이처럼 티끌과 먼지 속을 어지러히 헤매다가 때가 와서야
놀람과 슬픔 속에 다시 한줌 흙으로 돌아가는 우리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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